적응

한국에 돌아와 낯선 마이솔 수련장에 적응한 지 한 달, 그리고 몇 주가 더 흐르고 있다. 오히려 여행지보다 훨씬 더 수련장스러운 이 수련장에서 나는 매일 두 선생님을 번갈아 만나며 신체를 단련한다. 낯설었던 감정들이 조금씩 익숙해진다.

두 사람을 보고 있노라면 물과 불이 떠오른다. 두 사람은 대비를 이루고 있다. 한 선생님은 목소리의 층계부터 다르다. 그 분의 목소리는 3층에 있고, 다른 한 분의 목소리는 1층에 있다. 3층에서 들리는 목소리는 다소 친근하고, 장난끼가 가득한 느낌이 든다. 우스꽝스러운 표현이지만, 마치 동네에서 자주 만나는 아주머니의 사근거림을 담고 있다. 3층에서는 이런 문장이 들린다.

- 왔어, 어디까지 했어, 잘했어, 힘들었어, 내일 봐 -

1층의 목소리는 다소 나긋나긋, 단조롭다.

- 원, 투, 쓰리, 포, 파이브, 끝까지 -

이런 글을 쓰고 있을 때면 마치 요가 수련에 집중을 하나도 하지 않는 사람처럼 보일 듯 하지만, 나는 꽤나 열심히 수련하고 있다. 주에 6번, 특별한 일이 없으면 절대로 빠지지 않는다. 아니, 결석할 일이 무엇이 있겠는가. 수련을 좋아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결석이라는 단어가 크게 와 닿지 않는다. 가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들지 않는다. 오히려 요가를 하지 않는 게 나에게 독이 되는 요즘이다. 아무튼,

나는 지금 눈을 감으면 두 선생님이 보인다. 수련장의 빛이 느껴진다. 오른 쪽 창문에서 새어 들어오는 빛줄기가 느껴진다. 사람들의 호흡 소리가 들린다. 신발장에 자기만의 방식대로 누워있는 신발들이 보인다. 1층에서 5층으로 향하는 엘레베이터 안 공기의 움직임이 보인다. 신사역 4번 출구에서 나오는 사람들의 표정이 보인다. 또 그 앞에 있는 스타벅스의 커피 향이, 수련 장 앞에 젊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밤새 음악과 술에 절여진 20대 청년들의 말소리가 들린다.

어느새 나는 이곳에 적응해버렸다. 처음에는 모든 것이 낯설었고, 어떤 부분은 강하게 불만을 느꼈으리라.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결국 남은 건 불만을 품은 것에 대한 후회 뿐이다.

계속 틀리던 프라이머리 시리즈의 빈야사도 조금씩 제자리를 찾아갔고, 이제는 꽤나 익숙해졌다. 처음 했을 때보다 덜 힘들게 느껴지고, 어떤 아사나는 약간의 우아함을 발견해나가고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트리코나 아사나가 정말 우아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조금씩 한국에서 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여행하던 때가 그립게 느껴지곤 한다. 아니, 그 곳에서 만났던 사람들의 표정이 그립다고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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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4월, 수행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