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 끝나가는 25년

10월의 끝자락, 11월을 앞두고 수양록을 쓴다. 어느새 25년은 끝을 향해 간다. 날씨 탓인지 벌써 끝난 기분이 가득하다.

새벽 3시 30분, 조금 일찍 눈을 떴는데 밖을 나가보니 별이 떠있다. 하나의 별이 아닌, 여러 개의 별이 밝게 빛난다. 아주 오랜만에 별을 본 기분이다. 별이라, 기분 좋은 반짝임이다. 어떤 별은 더 밝게 빛을 내고 있다. 어떤 별은 조금 더 어둡지만, 여전히 살아있다는 듯 반짝인다.

사실 지금의 상황을 완전히 상상하지 못했기에 놀라운 것도 있다. 25년 3월, 한국에 들어왔을 때 6월까지 수업은 단 한개였고, (덕분에) 온전히 수련과 독서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그때는 지금 내가 바라보는 별처럼 아쉬탕가 요가 수업이 많아진 상황을 상상할 수 없었다. 다만 요가 수업과 촬영을 하면서, 좋아하는 일을 하며 기분 좋게 지내면 좋을텐데 - 하는 생각만 있었을 뿐이다. 때때로 불안하기도 하고, 약간은 서글프기도 했다. 여행을 너무 오래한 것일까, 자리를 잡는다는 게 막막하고 어렵게만 느껴지던 겨울이었다.

25년 11월에 이르러 더 이상 수업을 늘릴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고, 모든 것은 가득 차 있다. 기분 좋게 가득, 차 있다. 매일 아침 눈을 뜨면 내가 안내할 곳이 있고, 안내해야 하는 사람들이 있고, 모종의 책임감을 느낀다. 성실해야지, 겸손해야지 하는 생각과 함께 새벽 지하철에 몸을 싣는다. 기분 좋은 첫 차를 탄다.

여전히 가슴 속에는 “모든 것은 지나간다.”는 문장이 살아있다. 이 문장이 지워지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모든 것은 지나가므로, 모든 것은 현재에 초점이 맞춰진다. 지난 3월의 불안도 지나갔으며, 지금의 가득 찬 10월도 지나갈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 내게 맡겨진 사람과 공간이다. 그 외에는 어떤 것도 중요하지 않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요가,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촬영, 지금 내가 맡고 있는 사람들, 지금 내가 몸을 담고 있는 공간. 모든 것은 ‘지금’에 존재한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내가 살아있다고 느끼는 것처럼.

누군가를 도울 수 있고, 누군가를 응원할 수 있는 것은 참 기분 좋은 일이다. 나는 누군가로 인해 살아가고, 그들은 나로 더불어 살아간다.

깨끗하고 건강한 마음을, 겸손하고 성실한 자세를, 기분 좋은 미소와 여유로운 태도를 간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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