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월요일 아침
월요일 아침. 약간은 긴장되는 마음으로 나는 요가원으로 향한다. 시간은 6시 50분, 요가원의 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 천장등은 꺼져 있었다. 창으로 들어오는 아침의 빛이 요가원을 환하게 채워주고 있어 천장등을 켤 이유를 찾지 못한다. 하지만 나 다음으로 들어온 사람은 빛이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듯 무심하게 천장등을 켠다. 불이 켜지자 나는 짧게 미간을 찌푸리고는 매트 위에서 몸을 푸는데 집중한다. 뻐근한 곳의 느낌을 따라서 자유롭게 몸을 움직인다. 조금 더 자유로워지기 위해서, 어떤 근육의 제한으로부터 달아나기 위해서 몸을 늘린다. 고양이처럼 기지개를 펴고, 조금은 남을 의식하며 들숨과 날숨의 소리를 거세게 만든다. 위로 향하는 개 자세, 아래를 향하는 개 자세, 다시 아기 자세로 돌아가 엉덩이를 뒤로 주욱 당긴다. 사람들이 하나둘씩 더 들어오기 시작한다. 요가원은 점점 다양한 빛과 소리로 채워져간다. 처음 들어섰을 때 느꼈던 한적함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다.
요가를 지도해줄 선생님이 웃으며 들어온다.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순 없지만 농담 같은 것들을 던지고 능숙하게 곧 수업을 할 것 같은 분위기를 만든다. 농담을 이해한 사람들 중 입담이 좋은 사람이 다시 한 번 능글맞은 농담으로 받아친다. 탁구공이 튀듯이 선생님의 농담을 익숙하게 받아치며, 분위기는 어느새 바뀌어져있다. 정확히 무슨 말인지는 모르지만, 나는 그들의 능글거리는 태도를 통해서 농담을 유추해본다. 더욱 환하게 밝아진 수련장에 고요함은 도마뱀이 꼬리를 자르고 도망가듯 빠르게 사라졌다. 이제 막 수업을 할려던 찰나, 그녀가 들어온다.
그녀는 오늘 빨간색 레깅스와 탑을 입었다. 하얀색 피부 위에 약간은 촌스러운 빨간색 레깅스가 눈에 띈다. 그녀는 내 옆에 앉았고, 날 보며 웃음을 던진다. 나는 웃으며 입 모양으로 ‘안녕’이라고 말한다. 내가 할 수 있는 말 중에 그녀가 알아들을 수 있는 유일한 말은 인사 뿐이다. 그녀는 의미심장한 미소로 화답한다. 수업이 시작되고 그녀가 유연한 몸을 위아래로 움직이고, 나는 그것보다는 뻣뻣한 몸을 늘려가며 함께 몸동작을 맞춘다. 몸에는 열기가 조금씩 오르고, 내 시선은 나의 몸에 있지만 마음의 시선이 그녀로 향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마치 그녀도 내가 그녀를 쳐다보고 있다는 걸 알고 있는 눈치라서 괜히 더 시선에 신경을 쓴다.
사실 내가 오늘 요가원에 온 이유는 그녀를 관찰하기 위함이며, 그녀를 옆에 두고 있어도 서로 불편하지 않은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우리는 둘 사이에 주말에 아무 일이 없었다는 듯, 또 사람들이 우리의 관계를 상상이라도 할 수 있겠냐며 속으로 웃음을 삼키고 계속 동작을 이어간다. 그녀를 볼 수 있는 자세를 할 때마다 나는 지난 주말에 보았던 그녀의 웃음을 떠올린다. 그녀가 나에게 말할 때 지었던 표정을 다시 그려본다. 그것은 이 고요한 수업의 규칙을 깨는, 보이지 않는 나만의 유희로 남아있다. 나는 계속 동작을 이어나간다.
수업이 끝난 후 나는 그녀에게 “오늘 기분이 어떤 것 같아?”라고 물었다. 그녀는 “좋아.”라고 가볍게 대답한다. 우리는 서로 웃음을 교환하고, 이 무언의 거래를 통해 우리 관계에 아무 문제가 없을 거라는 확신을 갖는다. 아니, 어쩌면 우리는 새로운 무언가를 경험할 수 있는 거라는 상상을 한다. 그녀는 유유히 탈의실로 사라지고, 나는 기분 좋은 휘파람 소리를 내며 근처 카페를 향해 걷는다. 카페에 도착해서 늘 시키던 커피를, 그리고 가방 앞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낸다. 어느새 익숙해진, 카페 앞 거리를 바라보며 담배에 불을 붙인다. 커피가 나왔을 때 즈음, 핸드폰에 문자 알림이 울리고, 긴 장문의 문자를 보고 약간의 불안감을 느낀다. 나는 문자를 바로 확인하지 않고 커피가 나오길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