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5

두 번째 촬영 장소는 남산골. 남-산골, 남산-골. 아마도 후자이리라, 남산 부근에 위치한 어떤 골짜기.  산골짜기 작은 마을, 어렸을 때 흥얼거렸던 노래의 한 토막이 생각난다. 아마도 작은 토끼들이 이곳에 있었을 것이다. 물론 토끼는 발견할 수 없었다.

숲은 언제나 신비와 이야기, 신화 같은 것들이 가득하다. 숲 안에는 미신도 있고, 신령도 있고, 다양한 이야기 소재들이 있다. 물론 그녀와 나는 이런 이야기(또는 시나리오)를 가지고 산골짜기로 들어선 것은 아니기 때문에 특별한 스토리를 담지는 않았다. 나는 촬영 전부터 그저 ‘자유로움’에 대해서 조금 생각했을 뿐이다. 우린 누구나 자유를 열망하고, 자유롭길 바라지만 일종의 제약 속에서 자유롭지 못함을 느낀다.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그럴 것이다. 이전에도 말했듯, 인간의 그림자는 일종의 구속(혹은 카르마)에서 지낸다는 것을 뜻하는 게 아닐까. 아, 우리가 천국에 가면 그림자가 없지 않을까? 온전한 자유를 누리는 인간은 모든 어둠을 떨치고 빛의 존재가 되는 게 아닐까 하는 역시나 엉뚱한 상상을 해보았다.


그 사람의 표정이나 습관, 대화할 때 앉은 자세 등을 보면 그 사람에 대한 영혼의 힌트 같은 것들을 얻을 수 있다. 그 사람의 서재를 보면 정신세계를 알 수 있다, 동시에 그 사람의 영화 리스트를 보면 역시나 약간의 힌트를 얻을 수 있고, 그 사람의 옷장을 보아도 그 사람의 세계를 엿볼 수 있다. 그러니 이런 사전기획이 중요하지 않은 즉흥적 인물-사진 작업에서는 대부분 어떤 유추와 더불어 작가의 정신세계가 나타나는 것이다.

사실 나는 숲과 자유를 생각한 것은 맞지만 ㅡ 그것은 실제로 어떤 컬러감이 돋보이는 ㅡ 편집 단계에서 색을 제한하는 것이 이번 작업에 더 적합한 것이라 판단했다. 말하자면 내가 생각하는 ‘자유’의 해석은 ‘색’과 ‘구성’에 있었던 게 아니라, 카메라에 대한 ‘응시’였던 것이다. 카메라를 바라보는 것, 타자의 미래의 무한한 시선에 자신을 용감하게 내어놓는 것, 그것은 참으로 자유로운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위대한 응시인 것이다.

또한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나는 다시 한 번 생각했는데, 결국 내 안에 없는 것을 창조할 수 없음을 말이다. 나는 수많은 레퍼런스를 보았지만, 마치 어떤 음식이 먹고 싶어도 막상 식당에 가서 메뉴판을 보고 나면 내가 정말 원하는 음식을 자연스레 고르는 것처럼 결국 현장에서는 나 자신의 이미지를 만들 수밖에 없는 것이며, 그것이 가장 솔직하고 자유로운 방법인 것이다.


”각자의 개별성이 발전하는 것과 비례해서 사람은 자기 자신에 대해 더욱 가치 있는 존재가 되며, 또 그로 인해 다른 사람에게도 더욱 가치 있는 존재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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