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4

서글픈 일이지만 네 번째 기록이 사라졌다. 그녀의 ‘눈’에 관한 찬사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편집하는 과정 중에 작업했던 글이 모두 사라지고 말았다. 하지만 이것 또한 좋은 기회라 생각하고 그때의 기억을 더듬어 다시 기록을 남기려 한다.

”눈을 보면 사람을 알 수 있다.”는 말처럼, 그녀는 눈빛 하나만으로 자신을 말할 수 있는 멋진 사람이었다. 특히 이 눈에 관한 이야기는 편집하는 과정에서 더욱 분명해졌다. 사실 촬영 당시에는 그 사람에 관해서 집중하기보다, 한편으로는 전체적인 구성 안에서 하나의 요소로 인물을 축소시키는 경향이 있다. 어쨌든 네모난 프레임 안에서 소소한 미술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인물의 눈만을 바라보기엔 어려운 것이다. 하지만 촬영 이후 편집하는 과정에서는 인물의 모든 면들을 조각조각 떼어서 살펴보게 된다. 눈, 코, 입, 턱선, 머리카락의 결 등 섬세하게 확대해서 보고, 다시 축소해서 멀리서 보는 과정을 반복한다. 그러다보면 자연스레 인물의 특징 등을 집중해서 볼 수 밖에 없는데, 그녀의 눈에는 일종의 분위기가 담겨 있음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말하자면, 연기 워크숍에서 ㅡ 이 이야기는 하마구치 류스케의 영화 <해피아워> 의 제작 과정에 관한 것이다 ㅡ 눈으로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생각해보자. 한 마디 말 없이 눈으로만 상대방에게 일종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다. 나는 그녀가 이런 것에 굉장히 강한 사람이 아닐까 생각했다. 실제로 인물 사진에서 눈이 차지하는 비중은 굉장히 크다고 할 수 있는데 ㅡ 특히 흑백 사진에서는 더욱 그렇다 ㅡ 그녀는 이런 눈의 연기 굉장히 잘 소화하고 있었다.

개인적인 감상이라 한다면 ㅡ 물론 이것은 나 자신이 투영된 것이지만 ㅡ 그녀의 눈은 마치 세상의 불운이나 불안, 다양한 것들을 뛰어넘은 분위기였다. 덤덤하게 혹은 담담하게 세상을 받아들인 사람의 눈빛 같은 느낌이랄까. 정말 멋스럽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그녀는 연기를 한다고 말했는데, 그녀는 분명 좋은 연기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을 편집하던 시기에 나는 옥수역을 자주 지나고 있었는데, 문득 그녀가 지하철역과 잘 어울릴 거라는 엉뚱한 상상을 했다. 지하철이 오는 소리가 들이고, 4시의 햇살이 중앙철도의 지붕을 투과하여 부드럽게 떨어진다. 지하철에서 한바탕 사람들이 쏟아지고 나면 한산해진 지하철도 앞에서 그녀의 모습이 기대가 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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