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 여유 시간 / 여유 공간
최근 월요일 저녁 수업을 그만두기로 했다. 제목 그대로 여유 시간과 공간이 필요했기 때문. 일주일에 25시간, 한달에 100시간 수업에 달한 지금, 나는 매일 저녁 수업을 간다. 월요일이나 목요일 같이 새벽 수업이 있는 경우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나서 저녁 11시가 되어 집에 들어와 12시 쯤 잠에 든다. 목요일은 다시 금요일 새벽 수업을 가기 위해 4시간을 자고 일어난다. 그렇게 조금씩 피로가 쌓이면 어느 순간 갑자기 몸이 팽하고 쓰러져버린다. “내가 이렇게 피곤했나?” 싶을 정도로 컴퓨터 앞에서 가끔 조는 게 아니라, 눈을 감아버리는 경우가 있다.
사실 피로함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아직까진. 한창 수업이 재밌고, 수업이 피로하다고 느껴지는 시기는 아니다. (그런 시기가 언젠간 오겠지?) 다만 지난 번 수양록에 적었듯이 무언가 소모적인 느낌, 밑빠진 항아리에 물을 붓는 듯한 느낌이 드는 몇몇 요가원이 있다. 공통적으로 주 1회 수업하는 곳이 그렇다. 거기에 수련하는 사람들까지 계속 바뀌면 매주 특강하는 기분이 든다. 뭐랄까, 매주 신입생 환영회를 여는 느낌이랄까. 그런 건 아무래도 소모적이다. 본질적으로, 내가 원하는 것 즉 내가 원하는 수업은 ‘함께 하는 수업’이다. 마음을 함께 모을 수 있는 수업, 같이 수련에 몸을 담을 수 있는 수업. 최소 주 2회, 많으면 주3회까지 수업을 함께 할 수 있고 공동의 목표 지점을 바라볼 수 있는 곳이 덜 소모적이다. 그렇다고 주 1회 수업이 아무 의미가 없는가, 그건 아니다만….인도하는 입장에서도 맥이 빠지는 경우가 많다보니 차라리 그런 수업은 줄이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현재 내가 생각하는 아쉬탕가 요가의 목적은, 일차적으로 수련자들이 풀프라이머리 수련을 할 수 있도록 기초 체력을 기르고 시퀀스를 외우게 하는 것이다. 그럴려면 최소한 주 2회는 해야하고, 무엇보다 꾸준히 참석해야 한다. (실제로 그런 사람들은 많이 없지만) 다시 말해 마이솔과 일반반 사이의 간극을 좁히는 것이다. 스스로 수련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하는데, 매주 수련자가 바뀌면 초보자들을 배려해야 하는 수업으로 레벨을 낮춰야 할 뿐 아니라 수업 분위기도 쉽게 흩어진다. 공기가 부산한 느낌이랄까?
그렇게 몇가지 소모적인 수업을 빼고, 나는 여유로운 저녁에 나만의 공간에서 숨을 좀 쉬려한다. 멍-한 시간이랄까, 가만히 앉아서 차를 좀 마시고, 생각도 좀 하고, 그렇게 시간을 보내려 한다. 지하철에서도 되도록 책을 읽을 수 있게 시퀀스 제작 시간을 단축하고, 체계와 관리가 필요한 요즘이다. 주 4일 수련을 지키고, 수업과 촬영을 병행하는 시스템을 유지하는 것, 이게 25년 12월까지의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