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가장 큰 장점이 장애물이 될 때

요새 수련하면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은 “힘 빼세요.”이다. 거진 1달 동안 계속 힘을 빼라는 말을 듣고 있지만, 사실 힘이 잘 빠지지 않는다. 한 쪽 방향으로 굳어진 몸의 어떤 부분처럼, 내가 힘을 쓰는 방향도 ‘강하게 힘을 주는 방식’으로 고정되어 있는 느낌을 받는다. 어떤 자세를 취하든지 그 자세에 필요한 힘의 120%를 쓰는 기분이 든다. 처음엔 120%의 느낌도 몰랐지만, 요즘은 ‘필요 이상으로 힘을 쓰고 있구나.' 하는 느낌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가끔 아이폰이 느려졌다고 느낄 때, 백그라운드에 실행되고 있는 앱을 정리하는데 그럴 때마다 “이렇게 많이 실행되고 있었다고?” 하면서 계속 손가락으로 앱을 밀어 올린다. 분명 쓰는 앱만 쓴다고 생각했는데, 대략 30개는 실행되고 있는 현실에 새삼 놀란다. 적절하게 앱을 정리해주지 않으면 아이폰의 배터리 효율도 떨어지고, 수명도 쉽게 줄어들 것. 오늘은 문득 내가 그런 방식으로 수련을 하고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모든 자세마다 120%, 140%의 힘을 써가면서, 금방 호흡이 흐뜨러지고 어느 지점에 이르면 어쩔 수 없이 잠깐 쉬게 된다.

그래서 의식적으로, 80%, 60%의 힘을 쓰면서 힘의 여백을 만드려고 노력하는 요즘이다. 아주 쉬운 자세부터, 어려운 자세까지 힘을 덜 쓰면서 들어가고, 덜 쓰면서 유지하고, 덜 쓰면서 자세에서 나온다. 50%만 썼는데 자세가 오히려 더 잘 될 때면, 요가는 힘의 여백이 많이 생겨야 하는구나- 생각한다. 힘의 여백이라, 그러고 보면 어느 분야나 여백이 중요한 게 아닌가. 공간도, 음식도, 사람 간의 관계도. 적절한 여백이 없으면 뭐든 과하고, 자극적이지만 금방 질려버리고, 답답하게 느껴진다.

‘여백’ 이라는 단어는 가을과 참 잘 어울린다. 구름이 많던 하늘에 파란 여백이 많이 생겼으니, 내 몸과 마음에도 여백이 많아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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