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 요가원 가는 길

요가원 가는 길

요즘은 매일 여행하듯, 매일 다른 요가원을 들르며 수업과 수련을 병행하고 있다. 이건 정말이지 여행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헤드폰을 끼고, 읽고 싶은 책을 한 권 들고서는, 지하철에 몸을 싣는다. 그날의 날씨를 느끼고, 시간에 따라 변하는 햇살을 바라본다. 가끔 사진을 남기고, 지하철에 앉아있는 사람들을 관찰한다. 오늘 내가 마주한 모든 장면들은, 다시 반복되지 않을 ㅡ 마치 이탈리아에서 처음 먹어본 에스프레소와 같은 ㅡ  것들이다.

화요일 저녁엔 후암동에 가게 되었는데, 숙대입구 역에서 내려 15분을 걸어간다. 가을이구나,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여름도 끝자락에 걸쳐있다. 모든 건 결국 지나가는 것이라고, 그렇게 생각하면 오늘 이 순간도 영원하지 않은 것이기에 더욱 빛이 난다고 다시 한 번 확신한다. 특별히 후암동 길은 정말이지 서울스럽달까, ‘20대 청춘’과 ‘필름 사진기’ 같은 단어들과 궁합이 잘 맞는 무드가 녹아있다. 

어느새 파란 하늘에 구름이 적어졌고, 하늘이 높아졌고, 길다란 남산타워가 보인다. 어릴적에는 아파트도, 이런 타워도 다 크다고 느꼈는데 어느새 그 크기만큼 내가 컸음을 새삼 느낀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세상에 다양한 것들에 약간은 무심해지는 것이기도 하다. 늘 옆에 있는 가족과 햇살에는 종종 크게 놀라고, 가끔 바라보는 이런 비일상적인 것들은 오히려 심심하게 느껴진다. 

요가원에는 딱 초등학교 5학년의 키만큼 너무 크지 않은 조명 2개가 자리를 지키고 있다. 바람개비처럼 살랑살랑 돌아가는 실링팬 2개는 천장을 지키고 있다. 서로 다른 색의 요가매트가 옹기종기 정렬되어 있는 벽에는, 마치 우린 모두 다르지만 여기서 하나가 된다는 듯 일종의 비유가 숨겨져 있다. 수업 시간이 가까워지면 사람들은 소풍이라도 온 듯 각자 자기 자리를 찾아 앉는다. 펄럭하고 매트가 펼쳐지고, 한 공간 안에 다양한 세계는 어색하지 않게 공존한다. 

모두 다른 옷, 다른 얼굴, 몸을 갖고 이곳에 왔지만 모두가 바라는 것은 동일하다. 평화. 나는 수업을 마치고 모든 사람들이 평화롭게 잠들기를 바라고, 다시 어둑해진 후암동 길을 따라 숙대입구역에 도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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