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 여름의 독서
여름의 독서
올 여름은 이동 시간이 유독 많았기에 오며 가며 다양한 책을 읽었다. 읽은 책을 쌓아놓고 보니 독서를 독서 자체로 즐겁게 누릴 수 있었지 않았나 싶은 여름의 책장이다. 어떤 지식을 습득하기 위해서가 아닌 단순한 즐거움을 위해 주로 소설을 읽었고, 잠시 사진을 쉬면서 그 공백을 독서라는 즐거움으로 채웠다. 한 작가의 책을 이렇게 다양하게 본 적이 없었는데, 한 작가의 책을 쭈욱 읽다보니 그 작가의 말투가 일기를 쓸 때도 툭툭 나오곤 한다. 약간 오글거리기는 면이 있긴 하지만, 한편으로 누군가의 책을 자주 읽는다는 건 그 사람의 말투를, 생각을 닮아가는 일이기도 하다.
무언가를 좋아하면 자주 하게 되고, 보게 되고, 무의식적으로 따라하게 된다. 다시 말해, 나는 내가 좋아하는 요가 선생님의 분신이기도 한 것이고, 내가 자주 만나는 사람들의 또 다른 이미지이기도 한 것이다. 그래서 나의 핸즈온은 내가 기분 좋게 받았던 핸즈온의 복사본이기도 하다. 좋은 사람들을 자주 만나고 그 사람들과 좋은 의견을 나누다보면, 자연스레 내가 좋다고 하는 것들이 몸에 쌓이게 된다. 어쩌면 이런 것이 요가의 다른 모습이 아닐까, 그런 생각도 한다. 음.
조금 다르게 살아보고 싶다고 생각한 지 만 2년이 지났다. 한 때는 “대체 뭐가 달라지기는 하는 것일까?” 자문하곤 했는데, 어느새 책장도, 하는 일도, 만나는 사람도 너무 많이 달라졌다. 하지만 여전히 나는 나답게 살고 있다고 느껴져서 기분이 꽤 나쁘지 않다.
신기하게도 이 짧은 여름에 나는 많은 사람들을 만났지만, 많은 사람들과 ‘아예’ 끊어졌다. 누군가와 매일 쉬지 않고 200통이 넘는 편지를 주고 받았고, 타지에서 만난 인연으로 다시 타국에 방문했지만 이제는 전혀 연락을 하지 않는 남남이 되었다. 정말이지 인생은 한 치 앞을 알 수가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 해도, 나는 그 사람들과 진심으로 무언가를 나눌 것이고, 내가 여름에 한 선택들에 대해 후회가 없다. 오늘 내가 읽기로 결정한 책 처럼, 모든 건 나의 선택이었으니.
“모든 것은 지나간다. 아무도 그걸 붙잡을 수는 없다. 우리들은 그렇게 살아간다.”
-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