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 믿음의 부재

최근 내가 요가 수련과 수업을 병행하면서 느낀 것은, 아무래도 많은 사람들이 요가의 중요한 요소를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인상이다. 무척이나 개인적인 ‘인상’에 불과하지만, 나는 적잖은 사람들이 요가의 수행적 요소, 혹은 영적인 역할을 놓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굳이 비유하자면, “선생님, 라면을 정말 맛있게 끓이기 위해서는 면을 도대체 몇 분 몇 초에 넣어야 하는 것인가요?”라는 질문과 “라면은 말입니다, 물이 끓고 나서 정확히 1분 39초 뒤에 넣어야 제대로 맛을 낼 수 있습니다.”라는 대답이 오가는 것과 비슷하게 보여진다.

현대에 이르러 요가와 뇌과학, 해부학 등이 활발하게 연구되는 것은 사실이나 오랜 요가의 고전에서 이런 미분적인 질문이 많지 않다는 것은 요가의 본질이 단순한 반복에 있음을 말하는 것이라고, 나는 여전히 믿고 있다. “호흡이 몸을 찾아간다.” 그러므로 ‘무던히’ 반복한다, 는 것이 요가의 정수가 아닐까. 삶을 하나씩 세분화하여, 미분적으로 접근하면 일종의 자기계발서처럼 인생은 ‘법칙’이 되어버리곤 한다. 20세에 성공하는 법, 30세에 돈 버는 법, 후굴 깊게 하는 법, 요가 잘하는 법(실제로 뭘 잘한다는지 모르겠지만), 3개월 만에 몸 좋아지는 법, 1개월만에 10kg 빠지는 법 등의 요상한 법칙들이 무수히 생겨나는 것이다.

이론적인 설명은 당연 필요하나, 요가를 통해 일종의 영적인 경험을 할 수 없다면 반복되는 말처럼 요가는 ‘체조’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체조를 해서 건강해지면 나쁠 것이야 없지만, 그건 참 아쉬운 일이다. 무척이나 추상적인 말이지만, 조금 더 강조되어야 하는 것은 일종의 ‘믿음’이다. 내가 지금 여기에 있다는 믿음, 이것이 나를 건강한 길로 이끌어줄 것이라는 믿음, 미래를 다 알 수 없지만 나는 여전히 살아가고 있다는 믿음.

이 세계는 언제나 보이는 것들과 증명되는 것들이 있고, 보이지 않아도 여전히 우리 삶을 이끌어가는 수많은 요소들이 있다는 것을 놓쳐서는 안 된다. 그것은 나이가 들어서 뒤늦게 깨닫게 되는 부모님의 사랑이고, 내가 누군가에게 늘 도움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며, 인간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한 줌의 햇살과 웃음이라는 믿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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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믿음을 갖고 살아가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