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 즐거움이라는 목표

종종 조카를 보면 잠시도 쉬지 않고 몸을 가만히 두는 법을 모르는 것 같다. 아마 어린 아이들에게 ‘멈춰’라는 단어는 빠진 이빨처럼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조카는 자신의 에너지가 결국엔 소진될 거라는 걸 절대 모르는 듯이 계속 움직이다가 어느순간 갑자기 잠에 든다. 나는 조카를 보며 “저런 자세가 현재를 살아가는 자세인가?” 라고 묻곤 한다. 물론 어른이 된다는 건 절제심도 갖고, 다양한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신중해지는 일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어린아이와 같은 순수함을 잃지 않는 것이 성숙한 어른이 되는 것보다 중요한 문제라고 여겨질 때가 있다.

나도 요즘 조카를 닮아가는지 아침 저녁으로 운동을 한다. 이전에는 좋은 몸을 갖고 싶어서 매일 기록을 쉬지 않았는데, 요새는 어떤 동작을 하는 게 즐겁다는 데 초점을 둔다. 아침에는 아쉬탕가, 저녁에는 그냥 하고 싶은 운동 동작을 골라서 한다. 물구나무를 섰다가, 몸을 들었다가, 다리를 늘렸다가, 무언가에 얽메이지 않고 일종의 놀이로 움직임을 대한다. 마치 아이들이 구름사다리를 계속 왔다갔다 하고 미끄럼틀을 타고 다시 올라가는 것처럼. 아이들이 구름 사다리를 반복해서 오가는 이유는 단순히 즐겁기 때문이듯, 나도 되도록 그 순간이 즐겁다는 데에 초점을 맞춘다. 실제로 거꾸로 서는 건 꽤나 재밌는 일이다.

되도록 나의 하루도 즐겁게, 아이처럼 현재에 집중하며 살아야하지 않겠는가, 조카를 보며 난 그런 생각을 한다. 물론 조카는 너무 현재에 집중한 나머지 "숙제를 했느냐."라고 물어보면 일단 (그리고 항상) "숙제 없어."라고 한다. 그러고보면 숙제를 했느냐 묻는 건 어른의 질문이고, 그런 건 없다고 말하는 건 참으로 아이다운 답변이다. 숙제가 없다는 건, 마치 내일은 오지 않을지 몰라 같이 들리기도 하니깐. 아무튼 참 무더운 여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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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SEAT NO. 43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