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요가를 하는 이유

9월 25일 저녁 아쉬탕가 수업 @요가원더랜드 후암

수업을 오기 전 날에 항상 수업일지를 씁니다. 가서 무슨 이야기를 하면 도움이 될까, 각 요가원마다 분위기와 사람이 다르기 때문에 시퀀스를 짜면서 그날의 짧은 메시지를 고민합니다. 오늘은 문득 공허한 요가라는 단어가 떠올랐습니다.

요즘 사람들 참 똑똑한 것 같아요. 후굴은 이렇게 해야 한다, 전굴은 이렇게 해야 한다 등, 요가에 관심을 갖고 SNS를 들여다보면 올바른 지식을 기반으로 한 요가 자세 접근에 관한 글들이 자주 보입니다. 요가의 과신전은 사람을 망가뜨린다, 이렇게 해야 한다, 저렇게 해야 한다 좋은 정보들이 많더라구요. 그런 접근이 불필요한 건 아니지만,  그렇게 계속 기술적으로만 요가를 접근하면, 언젠간 공허한 요가가 되어버리지 않을까, 생각해요. 사실 기계체조나 무용을 배우는 게 자세는 훨씬 더 빠르게 만들 수 있거든요. 

여러분은 요가를 왜 하시나요? 전 요가를 처음 배울 때 진지하게 어떤 깨달음을 얻고 싶었습니다. 너무 진지해서 남의 이야기를 들을 겨를이 없었고요, 제 기준에 맞지 않는 선생님 수업에서는 항상 표정을 굳히고 있었어요. (죄송합니다) 그런데 다양한 국가를 돌아다니면서 요가를 경험해보니까, 요가는 사람과 사람을 묶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더군요. 같이 와서 땀 흘리고, 웃고, 그렇게 잠시 비워내고 나면, 일상을 살아갈 조금의 여유가 더 생깁니다. 일상에 도움이 되는 요가, 그게 요즘 제가 생각하는 요가의 이유에요.

명상을 5시간 하든, 뛰어난 자세를 하든, 중요한 건 더 나은 인간이 되어서 옆에 사람에게 좋은 에너지를 주는 게 좋지 않나, 생각합니다. 결국 어떤 일이든 본질은 사람됨이지, 나머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수련을 게을리해도 괜찮다는 건 아니지만..)

랄프 왈도 에머슨은 성공의 정의를 “단 한 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해지게 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참 멋진 말이라고 생각해요. 오늘도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하늘을 한 번 더 보고, 조금 더 웃을 수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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