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한 가지 일을 오래한다는 것
9월 24일 새벽 아쉬탕가 수업 @이숨요가
한 가지 일을 꾸준히 해 온, 소위 장인분들을 촬영하는 일을 시작했습니다. 서머셋 몸은 “어떤 면도의 방법에도 철학이 있다.”는 멋진 말을 남겼는데, 그런 철학이 있는 분들을 촬영하는 일입니다. 정말 기분 좋게 하고 있어요. 저에게 딱 맞는 일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한국에 돌아와 처음으로 관심을 가졌던 프로젝트도, 사실 요가 장인에 관한 이야기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 가지 일을 오래 한 사람들은 어떤 철학을 갖고 있을까, 어떤 마음으로 요가원을 운영할까, 어떻게 공동체를 다져가고 있을까, 그런 이야기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보통 그런 장인분들은 대개 자신의 일에 덤덤한 모습이 있습니다. “그냥 하는 것이다.”, “꼭 잘해서 하는 것이 아니다. 내게 맡겨진 일이라고 생각한다.” 등의 담백하고 약간은 투박한 표현이 몸에 베어있습니다. 누구보다 오래 했음에도 불구하고 겸손하고, 자신보다 더 나은 사람이 있으며, 자신은 평범하다고 이야기합니다. 신기한 일입니다.
사실 우리는 누구나 어떤 부분에서는 장인입니다. 기본적으로 모든 사람은 씻는 일의 장인이고, 먹는 일의 장인이기에 각자가 씻는 방법과 먹는 방법에 나름의 철학이 있습니다. 다만 인간은 단순히 씻고, 먹고, 자는 존재는 아니어서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해 진지한 철학이 생길 때 깊고, 풍성해집니다.
동시에 나는 무슨 일을 오래 해왔나 생각해보니, 아무래도 탐구를 많이 한 게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호기심이 많은 탓에 여행을 많이 했고, 이래저래 글도 읽고 쓰기도 많이 쓰고, 그러다보니 어느새 촬영과 요가를 하며 누군가에게 필요한 탐구를 돕고 있습니다.
어렸을 때 읽었던 톨스토이의 책에는 미카엘이라는 천사가 나옵니다. 벌거벗은 채 세상에 갑자기 나타나서는 몇 가지 신의 질문을 해결하기 위해 시간을 보내다가 때가 되면 올라갑니다. 우스꽝스럽지만, 저는 당시 천사를 보며 “이렇게 살고싶다.”고 생각했습니다. 내 마음 깊이 담긴 몇 가지 질문을 해결하고, 누군가를 돕다가 생을 마치고 싶다고 말입니다. 호호…질문이 늦게 해결되면 오래 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