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취향

그리고서 나는 취향이라는 것에 대해, 무척 개인적이면서도 이 은밀한 암호 같은 것에 대해, 혼자 골똘히 생각해 보았다. 이 ‘취향’이라는 것은 너무나도 분명하면서도 모호해서, 모종의 암호 같은 것이라고, 그것은 또한 사랑이라는 그 거대하고 심오한 무언가에 가장 쉽게 닿을 수 있는 밧줄 같은 게 아닐까 하면서. 말하자면 취향은, “난 신맛이 나는 커피는 잘 못 마시겠어. 고소한 커피가 좋더라.”라고 했을 때, “그래도 레몬은 좋지 않아?”라고 상대방이 물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그런 영역인 것이다. 그 두 번째 문장은 그 사람의 암호인 것이다. “레몬을 좋아하시죠?”라고 묻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앞의 커피 이야기 후에 자신의 마음속에 맴돌던 ‘레몬’이라는 단어를 상대방이 이야기할 때, 취향은 사랑과 ‘직결’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암호의 교환 같은 것들이 하나 둘씩 쌓이면, 우리는 자연스레 ‘사랑’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되고, 인연이라는 가능성을 탐색하게 된다.

한 사람의 취향은, 옷과 안경, 귀걸이, 들고 다니는 가방, 향수의 브랜드, 바지의 기장과 넓이, 머리를 묶는 방식, 다양한 곳에서 겉으로 드러나지만, 그것은 누가 알아주기 전까지는 취향이 아니라는 듯, 길거리에 무심하게 피어있는 민들레처럼 말없이 자신을 드러내고 있다. 동시에 그것은 그 사람만의 언어로 표현되지 않는다면 사랑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누군가가 뿌린 향수의 브랜드를 쉽게 알아차릴 순 있지만, 그것으로 그날의 기분을 유추하긴 어려운 것처럼, 취향이라는 것은 아주 복잡하고 미묘하게 암호화되어서 누군가의 운명적인 언어로만 사랑과 연결되는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에는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들리는 것과 들리지 않는 것, 그 사이 어딘가에 취향과 사랑이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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