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에 관하여
24년 7월, 여행을 떠난 후 다시 한국에 돌아와 정착하기까지 수많은 사진을 찍고, 다시 수많은 사진들을 돌아보고, 다시 수없이 많은 사진을 지웠다. 다시 새로운 세계 속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여전히 ‘사진’에 관한 갈증이 가시질 않는다. 사진은 내 사유, 나의 세계, 나의 상상의 실현이다. 말로 적을 수도 있지만, 무언가 추상적이고 보이지 않는 나의 저 깊은 심연 속의 이미지들을 사진으로 구현하고 싶은 이 욕망은 여름 날의 답답한 마음처럼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공간, 빛, 미술, 사람, 그 모든 것들이 중요하지만 그 중에서도 결이 맞는 어떤 존재 ㅡ 어쩌면 구원에 관한 ㅡ 에 대해서는 여전히 미지수다. 그런 존재가 나타날 수는 있을런지 또 어디에서 그런 사람과 만나 새로운 작업을 하게 될 지 의심이 가득차면서도 한편으로는 기대가 되는 것이다.
아름다운 이미지는 세상에 많지만, 내가 찍고 싶은 이미지와 타자는 결국 내 안에 있을 뿐이다. 그것은 비교의 대상이 아니라, 마치 내가 건너가야 할 혹은 꼭 만나야만 할 우연한 인물이자 운명 같은 요소.
여성과 몸, 시선과 신비, 타자와 욕망 무언가 하나의 말로 혹은 한 문장으로 설명될 수 없는 많은 것들애 흙탕물처럼 내 안에 가득 퍼져있지만 여전히 흩날리는 구름처럼 잡히지 않으며, 갑자기 내리는 소나기처럼 내가 들이닥칠 것이다.